우리는 흔히 깨끗한 물을 마시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맑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길 원한다.
반면, 악취가 나는 곳이나 오염된 환경에는 본능적으로 가까이 가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물리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 사회에서도 ‘청렴함’과 ‘부패’는 마치 깨끗한 공기와 악취처럼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고전 속에는 이러한 청렴한 삶을 강조하는 표현이 많지만, 오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자성어는 바로 물이유취(勿貽惡臭)이다.
이 말은 ‘악취를 남기지 말라’는 뜻으로, 단순히 물리적인 악취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 부패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자신의 행위가 후대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오늘날 정치인, 기업인, 일반 시민 누구에게나 청렴(淸廉)의 가치는 필수적인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치인에게는 공정한 국정 운영이 요구되고, 기업인에게는 윤리적 경영이 강조되며, 일반 시민들 또한 도덕적 기준을 지켜야 건강한 사회가 유지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물이유취’의 정신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을까?
고대부터 강조되어 온 ‘물이유취’의 가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사회적 덕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과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고, 청렴이 현대 사회에서 왜 중요한지 탐구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여 우리는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자.
물이유취(勿貽惡臭), 청렴의 가치를 되새기다
1. 물이유취(勿貽惡臭)의 기원과 역사적 의미
‘물이유취(勿貽惡臭)’라는 말은 냄새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남긴 행동과 결과가 후대에 나쁜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깊은 교훈을 담고 있다.
유교 사상에서는 관료나 지도자가 공정하고 청렴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국가를 안정시키는 기본 요소로 여겨졌다.
중국의 고대 철학자들은 청렴을 정치인의 필수 덕목으로 꼽았다.
政者正也,子帥以正,孰敢不正?
"정치는 바름(正)이다. 군자가 바르게 행하면, 누가 감히 바르게 행하지 않겠는가?"
“정치란 바른 것(正)이며, 군자가 바르면 백성들도 바르게 된다”라고 말하며 지도자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맹자 또한 정치의 본질은 민본(民本)에 있음을 이야기 하며 “물이 맑으면 물고기가 살고, 물이 더러우면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며, 통치자의 부패가 백성들의 삶을 어렵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시대 청백리(淸白吏) 정신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표적인 청백리였던 황희(黃喜) 정승은 권력을 휘두르며 사리사욕을 챙기는 대신, 검소한 삶을 유지하며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 다산 정약용 또한 청렴한 공직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리에게 필요한 것은 높은 학식보다도 깨끗한 마음가짐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도자의 도덕성과 청렴함은 국가와 사회의 근본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였다.
2. 청렴의 가치, 오늘날 더욱 절실한 이유
오늘날 우리는 정치와 경제, 기업과 개인의 삶에서 수많은 부정부패와 비리를 목격한다.
뉴스에서 끊임없이 보도되는 정치인의 비리, 기업의 부정 회계, 권력형 비리는 사회적 불신을 야기하고,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한다. 결국 ‘물이유취’의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대이다.
가령, 정치권에서의 청렴성이 부족하면 국정 운영의 공정성이 의심받고, 국민들은 신뢰를 잃게 된다. 정부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부패가 만연하게 되고, 이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대표적인 예로, 부정부패가 심각했던 몇몇 국가는 결국 경제적 쇠퇴와 국민들의 삶의 질 저하를 초래했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이 강조되면서, 청렴한 기업 운영과 윤리 경영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과거에는 이윤 추구가 기업의 최우선 목표였지만, 이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윤리적 경영이 브랜드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만약 기업이 불법적 회계를 조작하거나,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한다면 결국 그 악취는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남아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개인의 삶에서도 청렴한 태도는 중요한 덕목이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유혹을 마주한다. 남의 것을 부당하게 취하거나, 거짓을 말하거나,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는 일이 만연해진다면 사회 전체가 불신과 불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물이유취’의 가르침은 단순히 지도자나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이 도덕적인 삶을 실천해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3. 어떻게 청렴한 삶을 실천할 것인가?
‘물이유취’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이는 법과 제도를 지키는 것을 넘어서, 윤리적인 가치를 내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1)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
-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부정한 이득을 취하지 않는 것, 정당한 노력을 통해 성과를 얻는 것이 청렴한 삶의 시작이다.
- 누구나 작은 부정행위를 저지를 유혹을 받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고 청렴한 태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2) 리더의 책임 있는 행동
- 기업 경영자나 정치인, 공직자들은 특히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가져야 한다.
- ‘깨끗한 물에서만 물고기가 살 수 있다’는 공자의 가르침처럼, 사회 지도층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3) 사회적 감시와 견제
- 언론과 시민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 부정과 비리를 감시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물이유취(勿貽惡臭), 시대를 초월한 청렴의 가치
우리는 흔히 '깨끗한 환경에서만 건강한 삶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긴다.
공기가 오염되면 숨쉬기 어렵고, 물이 더러워지면 마실 수 없듯이, 사회 또한 청렴하지 못하면 신뢰와 안정성을 잃게 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물이유취(勿貽惡臭)’라는 고전의 가르침이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치인, 기업인, 그리고 일반 시민까지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악취를 남기지 않는 삶’을 실천해야 한다. 부정부패를 멀리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살아가며, 후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유산을 남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청렴의 실천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는 종종 작은 편법과 타협을 정당화하고, 청렴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 손해를 본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물이유취’를 실천하는 것이 결국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깨끗한 물에서만 물고기가 건강하게 살 수 있듯이, 청렴한 사회에서만 공정한 기회와 신뢰가 자리 잡을 수 있다.
이제 우리 각자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가?
내 행동이 미래 세대에게 악취로 남지 않도록, 우리는 과연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우리의 선택이 ‘청렴한 사회’라는 건강한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 함께 실천해야 할 때다.
‘물이유취’, 즉 ‘악취를 남기지 말라’는 이 짧고도 강력한 가르침이 우리의 삶 속에서 실현될 때, 비로소 우리는 신뢰와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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