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학이편 1장 1절, 왜 공자는 ‘배우는 기쁨’을 먼저 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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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즐겁다고요? 공자가 먼저 그렇게 말했습니다

 

공부는 왜 해야 할까요?

 

이 질문, 아마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거예요.

 

시험 성적을 위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위해?

논어 학이편 1장 1절

 

하지만 이런 이유들만으로는 긴 공부 여정에서 지치지 않기 어렵죠. 그래서일까요?

‘공부는 괴로운 것’이라는 인식이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흔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공자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바로 “공부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라는 말이죠. 그것도 『논어』라는 책의 가장 첫 문장, 1장 1절에서 말이에요.

 

“子曰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배우고 그것을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공자는 왜 수천 마디 가르침 중에서도 '공부의 기쁨'을 가장 먼저 언급했을까요? 단순히 ‘공부 열심히 하자’는 말이 아니라, 이 말에는 유교 사상의 핵심이 담겨 있고, 인간의 성장과 행복에 대한 깊은 통찰이 숨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논어』 〈학이편〉 1장 1절에 담긴 공자의 철학을 찬찬히 풀어보며, ‘공부가 왜 기쁨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를 함께 탐색해보려 합니다.

 

배우고, 익히고, 기뻐하라 

먼저 문장을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볼까요?

 

1. 學(학) – 배우다

‘學’은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진리를 찾아가는 시작’을 의미합니다. 공자에게 있어 배우는 행위는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닌, 세상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근본이었습니다. 그래서 ‘學’은 인생의 출발점이자, 평생 이어가야 할 여정이죠.

 

2. 而(이) – 그리고, ~하면서

‘而’는 연결사로, ‘學’과 ‘習’을 이어줍니다. 공자의 말은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배우고, 그리고 그것을 반복하여 익힌다’는 과정 중심의 철학을 강조합니다.

 

3. 時習之(시습지) – 때때로 익히다

‘時(시)’는 ‘때때로’, 정기적으로라는 뜻입니다. 공부는 한 번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반복하며 복습하고 체득하는 과정이라는 것이죠. ‘習(습)’은 원래 새가 날개짓을 연습하는 모양에서 온 글자로, 반복 연습과 익힘을 뜻합니다. 지식은 반복을 통해 몸에 새겨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4. 不亦說乎(불역열호) –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여기서 ‘說(열)’은 ‘기쁘다’는 뜻인데, 현대어에서는 ‘설명하다’로 더 익숙하지만 고대 한문에서는 ‘즐거워하다’, ‘마음이 흐뭇하다’는 의미로 자주 쓰였습니다. 즉, 단순히 공부하는 행위만으로도 큰 기쁨이 있다는 것입니다.

 

공자는 왜 '기쁨'을 먼저 이야기했을까?

이 문장은 『논어』의 서두이자, 공자의 교육 철학을 함축한 선언문 같은 존재입니다.

당시 중국 사회는 혼란의 시기였고, 사회적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도덕이 흔들리던 때였습니다.

 

공자는 그 혼란 속에서 인간다운 삶의 중심으로 '배움'을 두고, 그것을 반복하고 실천함으로써 안정과 기쁨을 찾을 수 있다고 본 것이죠.

 

현대 교육에서는 흔히 '성과'나 '결과'를 중시합니다. 하지만 공자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봅니다.

공부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마음, 그것이 진정한 학문의 출발이라는 것이죠.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Czikszentmihalyi)의 '몰입(flow)' 이론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몰입의 상태에서는 결과보다 과정 자체가 즐겁기 때문입니다. 공자의 말은 그런 몰입 상태를 미리 간파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주희(朱熹)는 ‘學’을 지식의 시작으로, ‘習’을 실천과 반복으로 해석하며, 도덕적 완성으로 가는 길이라 말했고, 한비자(韓非子)는 반대로 이 구절을 ‘이상론적이며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죠. 많은 현대 철학자들은 ‘說(열)’을 단순히 기쁨이 아니라 ‘내적 만족감’, 자율적 동기의 표현으로 해석하며, 인간의 성장 본능과 연결시키기도 합니다.

 

공부는 시험을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자기 성장을 위한 삶의 방식입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것’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풀어본다면 이렇습니다:

  • 지속적 학습: 배움은 끝이 없어야 합니다.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성숙을 위한 습관으로.
  • 주기적 복습: ‘시습’은 단순 반복이 아니라, 꾸준한 성찰과 적용입니다.
  • 자기동기부여: 외부 보상이 아닌, 배움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때 우리는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논어』 1장 1절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근본적인 통찰을 전해줍니다. 고작 한 문장이지만, 그 속에는 수천 년의 지혜가 응축되어 있죠.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지식이 아니라 ‘기쁨’입니다

『논어』의 첫 문장에서 공자는 “왜 배우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것이 우리를 기쁘게 하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그리고 그 기쁨은 시험 점수나 남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성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이죠.

 

우리는 흔히 공부를 의무로 여깁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보곤 하죠.

 

하지만 공자는 달랐습니다. 그는 배움의 과정을 그 자체로 즐거운 것으로 여겼습니다.

배우고, 익히고, 그 안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공부를 다시 바라볼 때입니다. 단순히 '해야 하니까'가 아니라, 내가 성장할 수 있어서', '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즐겁기 때문에' 배우는 삶.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부의 목적 아닐까요?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공부, 혹은 시작하려는 공부에도 그 기쁨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공자의 말처럼, 때때로 복습하고 익히는 그 과정이 여러분에게 작지만 깊은 행복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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