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을 깨고 효를 새기다 – 왕상지효(王祥之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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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효(孝)는 인간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여겨졌습니다. 동양 문화에서는 효를 단순한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삶의 기본 원칙으로 삼았으며, 이를 어길 경우 심각한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 불릴 정도로 효를 중시해 왔으며, '효자문'이 세워지거나, 집안의 가훈으로 '효'를 강조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효의 의미 또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핵가족화와 빠른 사회 변화 속에서, 예전처럼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이 흔하지 않으며, 효를 강조하는 문화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거 사람들이 생각했던 '효'란 무엇이었을까요?

 

오늘 소개할 왕상지효(王祥之孝)는 한겨울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아 계모를 봉양했던 효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고사는 단순한 옛날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가 배울 점이 많기 때문에, 이 고사를 통해 효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져보려고 합니다.

 

자, 이제 왕상(王祥)의 놀라운 효행을 살펴보겠습니다. 

 

🧊 얼음 위의 효심 – 왕상의 이야기

왕상(王祥)은 중국 삼국시대를 이은 서진(西晉) 시대의 인물입니다. 그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계모 주씨(朱氏) 밑에서 자랐습니다. 계모는 왕상을 편애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싫어했습니다. 계모의 헐뜯음으로 인해 왕상은 아버지의 사랑마저 잃고 차별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러나 왕상은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계모를 친어머니처럼 섬겼으며, 그녀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더욱 정성스럽게 봉양했습니다.

 

❄️ 한겨울, 얼음 위의 효심

어느 추운 겨울날, 계모가 갑자기 "싱싱한 생선을 먹고 싶다." 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온 강이 얼어붙어 생선을 구할 길이 막막했습니다.

 

왕상은 고민 끝에 옷을 벗고 강 얼음 위에 엎드려 직접 체온으로 얼음을 녹이려 했습니다. 그의 효심에 하늘이 감동했는지, 갑자기 얼음이 깨지며 그 속에서 잉어 두 마리가 튀어나왔다고 합니다. 왕상은 이를 계모에게 가져다 봉양하며 그녀의 뜻을 따랐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전설로 남지 않고, 후대에 "왕상지효(王祥之孝)" 라는 고사성어로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표현으로는 고빙(叩氷, 얼음을 두드리다), 부빙득리(剖氷得鯉, 얼음을 깨 잉어를 얻다), 왕상득리(王祥得鯉), 와빙구리(臥氷求鯉, 얼음 위에 엎드려 잉어를 구하다) 등이 있습니다.

 

📜 효의 전범, 이십사효(二十四孝)

왕상의 이야기는 중국에서 효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는 이십사효(二十四孝) 중 하나입니다.

이십사효는 원나라 때 곽거경(郭居敬) 이란 학자가 역사 속 효자들의 이야기를 모아 만든 책으로, 후대 사람들이 효행을 배우는 교본이 되었습니다.

 

그중 몇 가지 대표적인 효자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1️⃣ 맹종읍죽(孟宗泣竹) – 대나무를 울려 죽순을 얻다

맹종(孟宗)은 어머니가 병이 났을 때 죽순(竹筍, 대나무 순) 이 먹고 싶다고 하자, 한겨울 대나무숲에서 울며 기도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눈 속에서 대나무순이 솟아났고, 그는 이를 캐어 어머니께 드려 병을 회복시켰습니다.

2️⃣ 자로부미(子路負米) – 무거운 쌀 자루를 지고 오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子路) 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늙은 부모를 위해 먼 길을 걸어가 직접 쌀을 짊어지고 돌아오며 봉양했다고 합니다.

3️⃣ 노래반의(老萊斑衣) – 늙어서도 부모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노래(老萊)라는 사람은 나이가 들었지만, 부모 앞에서는 항상 화려한 어린이 옷을 입고 장난을 치며 웃음을 선사 했다고 합니다. 이는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이처럼, 이십사효는 다양한 방식의 효를 강조하며, 후대에 부모를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변하는 시대, 변하지 않는 효의 가치

오늘날, 시대가 변하면서 전통적인 효의 개념도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되었으며, 물리적인 봉양보다 정서적 지원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효의 본질 은 변하지 않습니다.

  • 부모님께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기
  •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주 안부를 묻기
  • 부모님의 건강과 행복을 세심하게 챙기기

이처럼 작은 관심과 정성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실천할 수 있는 효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왕상지효가 전하는 효란 무엇인가?

왕상의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모님께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중요한 교훈을 가져다 주는 이야기 입니다.

 

과거에는 효를 실천하는 방법이 신체적인 희생과 봉양에 집중되었다면, 오늘날에는 정서적 교감과 관심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효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부모님의 말에 귀 기울이기 – 단순한 대화라도 부모님은 당신의 관심을 느낍니다.
자주 연락하고 찾아뵙기 – 물리적 거리가 멀더라도 정서적 거리는 좁힐 수 있습니다.
작은 배려 실천하기 – 부모님의 건강을 챙기고, 원하는 것을 먼저 헤아리기.
감사의 표현하기 –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아끼지 않기.

 

어쩌면 부모님이 바라는 것은 왕상처럼 얼음을 깨고 잉어를 구해오는 극적인 희생이 아니라, 그저 자식이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안부를 물어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누구나 부모님의 사랑 속에서 자라났고, 언젠가 우리도 부모님의 자리로 가게 됩니다.
왕상의 효심이 하늘도 감동시켜 얼음을 깨뜨렸듯, 우리가 부모님께 베푸는 따뜻한 마음도 언젠가 우리에게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더 늦기 전에"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효가 아닐까요?

오늘 하루, 부모님께 따뜻한 안부 전화를 걸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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