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독불염(百讀不厭): 깊이 있는 독서의 가치

끊임없이 흘러가는 정보의 시대에,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가지의 글을 접합니다. 뉴스 기사, 소셜 미디어 게시물, 블로그 글, 그리고 영상 자막까지, 하루에도 수천 가지의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죠.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정말 중요한 글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때론 천천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읽고 곱씹을 글이 필요한 법입니다.

 

"백독불염(百讀不厭)"은 바로 이런 의미를 가진 고사성어로, “백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즉,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변하지 않으며, 읽을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는 것입니다.

 

백독불염은 단순히 반복적 독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글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고, 독서를 통해 삶의 지혜를 얻으라’는 깊은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백독불염의 가치는 어떤 글이라도 반복해서 읽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내면에 깊이 새기며, 지식을 넘어서 삶의 통찰을 얻는 데 있습니다.

백독불염의 유래: 소식(蘇軾)의 시에서 비롯된 깨달음

백독불염은 송나라의 대문호 소식(蘇軾)의 시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소식은 동파거사(東坡居士)라는 호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그의 글은 그 시대를 넘어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는 문학적 탁월함뿐만 아니라 인생과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로도 유명했습니다.

 

백독불염이 나온 배경은 소식이 과거시험에 낙방한 후배 안돈(安惇)을 위로하는 시 「송안돈수재실해서귀(送安惇秀才失解西歸)」입니다.

 

이 시는 과거에 낙방하여 실의에 빠진 안돈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소식이 후배를 위로하며 인생의 성공과 실패에 집착하지 말고 꾸준히 학문에 힘쓰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구서불염백회독(舊書不厭百回讀), 숙독심사자자지(熟讀深思子自知)
옛 책은 백 번 읽어도 싫증나지 않으니, 깊이 읽고 생각하면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소식은 안돈에게 단순히 책을 많이 읽으라고 충고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반복을 통해 깨닫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글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그 의미를 스스로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러한 소식의 가르침은 "백독불염"이라는 사자성어로 남아, 독서에 대한 깊은 철학을 전하고 있습니다.

삼국지의 동우: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백독불염의 의미는 동양 고전 곳곳에 영향을 주며 등장합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학자 동우(董遇)는 "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책을 백 번 읽어야 그 뜻을 알 수 있다"고 가르치며 독서의 반복적 중요성을 강조한 인물입니다. 이 말은 한 번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라도 반복해 읽으면 그 뜻이 스스로 드러난다는 것을 뜻합니다. 독서란 단순한 정보 축적이 아니라, 깊이 있는 반복을 통해 참된 지혜를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의미에서, 동우의 가르침과 백독불염의 철학은 맞닿아 있습니다.

 

그가 제자들에게 말한 세 가지 여유(三餘), 즉 겨울, 밤, 비 오는 날은 책을 깊이 읽기 좋은 시간으로 여기며 독서의 시간을 소중히 여길 것을 가르쳤습니다. 동우는 학문을 배우려는 자들에게, “백 번 반복해 읽을 때 비로소 글의 의미가 드러난다”고 강조하며 독서를 단순히 지식 습득을 넘어선 내면의 성장으로 바라봤습니다.

빠른 속도 대신 깊은 독서를

오늘날, 우리 사회는 빠른 속도를 강조합니다.

속독을 권장하고, 몇 초 만에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시되죠.

 

하지만 그렇게 빨리 습득한 지식이 우리에게 진정한 깨달음과 변화를 가져다줄까요?

 

백독불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한 교훈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많이 읽고 빨리 습득하는 것보다, 오히려 중요한 글을 천천히,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며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백독불염은 우리가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깊이 있는 글에 잠시 멈추어 서기를 권합니다.

글을 다시 읽고, 그 의미를 곱씹어 보고, 자신의 삶에 투영하며 글이 주는 지혜를 찾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죠.

 

현대의 정보 속도에 매몰되어 진정한 깨달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백독불염의 자세가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한 세 가지 단계

깊이있는 독서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반복 읽기: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 발견하기

우선 중요한 책이나 글을 반복해서 읽어보세요. 처음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던 내용도 시간이 지나며 차츰 익숙해지고, 여러 번 읽으며 글의 새로운 의미가 드러나게 됩니다. 반복적으로 읽는 과정에서 자신이 이전에 놓쳤던 부분을 발견하며, 새롭게 다가오는 깨달음이 있을 것입니다.

생각하며 읽기: 내면에 대화하는 독서

독서가 단순히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 문장 한 문장을 깊이 생각하며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눈으로만 읽는 것이 아닌, 글 속의 의미를 깊이 고민하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읽어보세요. “이 글이 나에게 무엇을 전하고 있는가?” “이 메시지는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읽는다면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될 것입니다.

적용하며 읽기: 읽고, 깨닫고, 실천하기

백독불염의 가치는 읽은 글을 삶에 실천할 때 더욱 드러납니다. 읽고 그 의미를 깨달았다고 느꼈다면, 그 깨달음을 실생활에 적용해 보세요. 글 속의 가르침이 단순히 머릿속 지식에 머물지 않고, 삶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한 번씩 실천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끈기와 노력의 중요성

우리는 무언가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숙달할 수 없습니다. 끊임없는 반복과 노력이 필요하죠.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운동을 하거나,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끈기와 인내가 중요하듯이, 백독불염의 정신은 어떤 배움과 노력에도 필요한 가치입니다. 반복적인 노력을 통해 결국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속도와 효율이 중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천천히, 반복적으로 생각하며 읽는 태도가 우리에게 잃어버린 깊이와 지혜를 찾아주지 않을까요? 백독불염의 정신을 마음에 새기고, 진정으로 가치 있는 글을 발견했을 때 백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마음으로 천천히 음미하며 더 나은 삶으로 한 걸음 나아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