曾子曰 愼終追遠이면 民德이 歸厚矣라"
증자 왈 신종추원이면 민덕이 귀후의라
증자가 말씀하셨다.
"부모의 상을 신중히 모시고, 선조를 충심으로 추모하면 백성의 덕이 두터워질 것이다."
공자의 가르침을 볼 수 있는 논어는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지침과 영감을 주는 고전입니다. 그중에서도 학이편은 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으로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닌 배움이라는 자세와 즐거움, 도리, 실천 그리고 노력에 대해서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특히 학이편 8절은 공자가 진정한 군자의 자질에 대해 명쾌하게 제시하는 부분입니다. 그는 단순히 지식을 쌓거나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을 군자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깊은 내면적 가치와 올바른 행동을 통해 존경과 신뢰를 얻는 사람을 진정한 군자라고 정의합니다.
신종추원(愼終追遠) - 뿌리를 잊지 않는다는 것
신종추원(愼終追遠)'은 단순히 조상들을 기리는 의식을 넘어서, 우리 삶의 근원을 되돌아보며, 모든 것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우리의 뿌리를 잊지 않게 합니다.
가족은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입니다.
부모님의 사랑과 헌신을 기억하고, 조상들에 대한 기억을 이어받아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음을 깨닫는 것, 즉 역사를 인식하는 것은 역사의 가장 기본 단위인 나와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유산 위에 살고 있습니다. 조상들의 지혜와 경험을 이어받고,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은 역사의 연속성을 이어가는 일입니다.
조상을 추모하는 행위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기초가 되어 줍니다.
어느 작은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 댁 마당에 모여 앉아 깊어가는 가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손주들에게 자신이 살았던 그리 멀지 않은 옛날이야기들을 들려주셨죠. 그리고 우리 집안의 먼 조상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와 어떤 어려움을 극복해 왔는지도 이야기하셨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우리 가족이 마치 한 그루의 큰 나무와 같다는 생각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저까지. 우리는 모두 이 나무의 뿌리와 줄기, 그리고 가지를 이어받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뻗어 나가고,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우리도 조상들의 가르침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조상을 모시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먼 길을 떠나기 전에는 반드시 조상의 묘소에 들러 인사를 드렸고, 명절에는 온 가족이 모여 성묘를 했습니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 동안 부모의 묘 자리 옆에 초막을 짓고 시묘(侍墓) 정성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히 의례적인 것이 아니라, 조상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과거와 달리 조상을 모시는 일이 점점 소홀해지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과거보다는 미래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고, 개인주의가 강조되면서 가족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약해졌습니다.
하지만 뿌리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뿌리를 잊은 나무는 살 수 없듯이, 우리도 우리의 뿌리를 잊으면 삶의 방향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조상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뿌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민덕이 귀후이라(民德이 歸厚矣라) - 백성의 덕이 두터워진다는 것
증자는 신종추원을 실천하면 민덕이 귀후이라 ( 民德이 歸厚矣라). 즉 백성의 덕이 두터워진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개인의 덕성이 사회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깊어가는 가을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조상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던 아이는 매년 추석이면 가족들과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 마을로 찾아가곤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 앞 광장에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누고, 집집마다 조상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제사를 지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공동체 의식이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끈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할아버지, 할머니의 작디작은 마을, 그 속의 사람들은 서로 돕고 배려하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왔습니다.
어린 마음일지 모르지만 마을 어른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상을 공경하는 마음이 곧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도시로 이사 온 이후 조상을 모시는 일은 점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어려웠고, 조상에 대한 생각도 잊고 살았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리워 큰 맘을 먹고 고향 마을을 방문한 날, 텅 빈 마을회관을 보며 쓸쓸함을 느끼게 됩니다.
예전처럼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웃고 떠들던 모습이 떠올라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 무엇일까, 잊고 있었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일까.. 그리움만 남아 있습니다.
증자의 말씀처럼 조상을 공경하고 기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개인의 일이 아니라,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조상을 공경하는 마음은 우리에게 뿌리를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고, 함께 사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할아버지의 묘를 찾았습니다. 잡초가 무성한 묘 앞에서 조상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조상을 공동으로 추모하는 행위는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이러한 의식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게 됩니다. 또한 조상을 공경하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마음들이 모여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높이게 된답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연결된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가족과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각자의 방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익숙해졌습니다. 조상을 기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명절 풍습도 과거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증자의 가르침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져다줍니다.
"뿌리를 잊은 나무는 살 수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의 뿌리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과거의 유산 위에 살고 있으며, 조상들의 지혜와 경험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를 기억하고 존중할 때 비로소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증자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가족의 소중함, 역사의 중요성, 그리고 공동체 의식의 필요성을 알려줍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조상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